20131114 일기




혼자 있으면 괜한 컴퓨터질만 하고 있다. 2인분의 두 끼 식사를 한 설거지가 개수대에 그대로 쌓여있어도, 빨랫감이 빨래통을 넘쳐 잠옷바지 한 쪽이 번데기 허물처럼 흐물거리고 있어도 몸이 안 움직여진다. 토끼들의 화장실 통에는 토끼똥이 소복하다. 냄새.. 저것만은 치워야겠다. 
토끼용 화장실 펠렛 대신 사용하고 있는 고양이 모래가 다 떨어져간다. 마트에서 사야하나, 인터넷 주문을 해야하나.. 깨끗하게 비워진 화장실통과 정돈된 토끼집을  보면 기분이 말끔해진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토끼들이 자기 스타일대로 리모델링 해놓는다.
남편이 2년만에 친한 형아를 만나러 간 금요일 밤.
연예기사를 보고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를 캡쳐하고 개봉 영화를 훑는다.
하나도 마음에 남는게 없다. 멍하게 쳐다보니 그렇지.
토끼를 방에 풀어 놓는다. 깜끼가 눈치보다 먼저 나오고, 시리가 뒤따라 점프점프하며 나온다.
깜끼는 슬슬 눈치보면서 의자 밑으로, 책상 밑으로, 구석으로 움직이고 시리는 팔딱팔딱거리며 깜끼를 뒤쫓는다.
토끼들 노는걸 구경하다보니 몸이 움직여진다.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해치워버리고, 쌀을 씻고 돌아온다.
'장화홍련' 스케치를 마저 그린다.
이제 막차 다닐 시간인데 남편의 연락이 없다. 문자를 하나 보낸다.
답이 없다. 전화를 하고 싶지만 참는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었지만 한쪽으로 밀어놓고, 지하철 막차 시간을 검색한다.
다시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똑똑똑' 남편이 왔다 !
우리 남편 와락 안으니 찬바람과 담배냄새가 섞여 맡아졌다. 
부시럭부시럭거리는 왼쪽 손에서 검은봉지를 내밀었고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빵과 우유가 담겨 있었다.
같이 있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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