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글/책이랑 영화 등등




어떤 곳이든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그 공간 속에 앉아서 스케치를 그리는 날들이 거듭되다 보면 나중에는 뭔가를 얻게 된다. 



조금 더 제 덩치에 어울리는 생활.



설계할 당시에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주위의 다양한 비평을 겪는 과정에서 서서히 정리하여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 장소에서 생활하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거란 무엇인가 하는 사상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유럽의 이른바 역사도시가 근대화의 파도에 쓸려가지 않고 옛 시가지와 건축물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도시화의 배후에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이념이 있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도시 공간이라는 조건에서 보자면 오히려 골목이나 우물가같은 도시 뒤쪽에 있는 장소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참여 의식이나 공유 의식이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물리적 공간을 확보해 놓는다 해도 참된 의미의 광장이 되지 못한다.



상황을 정리해 가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조합원 모두가 각자 생각하는 바를 남김없이 드러내도록 해서 차분히 '듣는'것부터 시작했다.


서로 타협하기보다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거듭함으로써 생각의 차이를 뛰어넘자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버티자 마침내 건축주도 체념하고 동의해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궁리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두면 비상시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기회를 잡기가 쉬워진다. 혹은 그런 아이디어를 사회에 능숙하게 제안할 수만 있다면 건축주나 일감이 스스로 알아서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물의 교회)



이것 외에 또 하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배려해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 없이 내버려 두는 장소를 일삼아 만드는 것이다.


건축 설계의 목적이란 합리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쾌적한 건물을 짓는 것이다. 닫힌 실내에서 숨죽이고 사는 것과 다소 불편하더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생활 중에 어느 쪽이 더 '쾌적'할까. 이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덧글

  • joker 2013/08/23 16:46 # 답글

    뭔가 이걸 읽다보니 아톰의 발자국 소리를 만들었던 사람이 떠올라ㅋㅋㅋㅋ 철두철미하게 배려해서 설계하는게 아니라 목적없이 내버려두는 장소를 일삼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궁리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두는 것. 이건 정말 공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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